“서칭 포 슈가맨”, 로드리게즈 그리고 나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이라고 하는 음악을 소재로한 다큐영화를 본 적이 있다.
좋은 음악과 주인공들의 순수한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다큐였다. 세월이 흘러도 연주하고 노래할 때만은 광채가 나는 노인네들의 무용담과 제작과정의 이야기들이 음악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음악중심의 음악 다큐였다. 그 좋은 기억으로 음악 다큐영화인 “서칭 포 슈가맨”을 찾아 보았고 5, 6년의 시간이 지나간 얼마전 글쓰기 모임을 계기로 다시 한번 보게 됐다.

[스포주의]
서칭 포 슈가맨은 1970년대 미국 무명가수(로드리게즈)의 음악이 인종차별이 심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40년이 지난 후 그를 찾는 여정을 그린 다큐영화이다. 그 여정에는 우울한 디트로이트의 영상을 배경으로 로드리게즈의 삶을 이야기하고 인종차별로 혼란스러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오래된 영상에 그의 음악이 곁들여져있다. 실패했지만 꿈을 쫒으며 살아간 그의 흔적과 뜻밖의 성공이라는 우연이 실패와 불편한 역사에 연상되는 어두움을 밝게 만들어 기분좋게 영화를 본거 같다.
주인공인 로드리게즈는 후반부에만 짧고 임팩트 있게 등장하고 그 전에는 음반 표지나 사진으로 주로 등장한다. 그가 콘서트 중 분신자살을 했다는 도시괴담같은 귀가 종끗할 미끼로 낚시대를 길게 드리운채 그를 찾아가는 여정은 다소 지루했지만 끝까지 보니 싱싱하게 낚인 물고기인 내가 오히려 더 신나고 즐겁게 낚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후반부 드디어 찾아낸 로드리게즈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와서 열린 콘서트의 첫곡이 시작되는 장면
“뚜뚜뚠 뚜뚜뚜뚱, 뚜뚜뚠 뚜뚜뚜뚱 “
도입부 간주에서 흘러나오는 베이스 소리에 내 심장도 같이 두두둥 거렸고 이어 나오는 그의 목소리
“I wonder!”
짜릿했다. 한동안 술이 오르면 I wonder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일주일전 다시 봤을때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는 근 2년간 가파르게 성장하여 상장한 회사다. 5년간 힘들게 사업을 진행하다 결실을 맺어 성공한 대표 및 임원들이 부럽고 존경스러웠다. 가상현실을 만들고 싶다는 대표와 원년멤버들의 이야기가 허무맹랑하지만 그 꿈을 포기하지않고 일관되게 꾸준히 구체적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려가는 모습에서 슈가맨이 겹쳐 보였다.
꿈꾸지 않고 그저 눈앞에 바로 놓인 돈과 좀 더 나은 대우만을 쫓은 내가 비굴하고 초라하게 느껴진다. 좀 더 자학하자면 나는 거친 세상에 둘러처진 울타리안에서 허용된 자유와 권한에 만족하며 밖은 쳐다 보지도 않을 가축같은 존재이다. 같은 인간이지만 삶의 그릇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회사 대표라고 실패가 안두려웠을까. 로드리게즈라고 실패가 어찌 두렵지 않았을까. 실패의 두려움보다 그들이 원하고 하고자 하는 욕망과 그것을 이루려는 의지가 대단했을 것이다. 쓰고 보니 뻔한 이야기지만 실천하기는, 아니 시작하기는 힘든 어려운 이야기다.
적어도 나에게는.

나는 아직 꿈을 찾아볼 생각도 해보질 않은것 같다.
하하. “~인것 같다.”라는 표현에서 애초에 생각해볼 시도조차 하질 않았다라는게 보인다.
“내게 꿈이 있나? 아니 있었나?”
“내가 좋아하는거? 열심히 일해서 잘벌고 잘먹고 잘마시고 편히 놀고 그럼 되지 뭐.”
최근 이런 생각들에 후회가 밀려오며 한껏 쪼그라든 나를 보며 푸욱 가라앉고 있었다. 영화 끝부분 로드리게즈가 콘서트에서 초탈한 사람처럼 덤덤하게 노래하고 연주하는 모습에 솔직히 열이 받아 한대 쳐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나마 최근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것이 나를 찾기 위한 아주 좋은 시도였다. 글을 써보니 이것이 단순히 표현의 도구를 연마하는 것을 너머 내 생각을 곱씹고 내 자신을 돌아보는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꿈, 삶의 그릇, 자괴감 어렵고 어두운 생각을 접고 먼저 나를 찾아야겠다.

김애란 작가의 “침이고인다”를 만나기까지

김애란 작가의 “침이고인다”를 만나기까지

알람없이 눈이 떠졌다
알람을 못듣고 늦잠인줄 알고 이불속에서 후다닥 거리며 밖을 보니 어둑했다.
베게 맡으로 손을 휘저어 핸드폰 찾았다.
7시 몇분
“휴… 한잠 더 때리자.”
다시 청한 아침 꿀잠이 알람소리에 깨었다. 10시 출근인데 시간은 9시 반이었다.
“아 출근하기 싫다.”
지각하기 짜증나고 또 일하기 싫은건 아닌데 출근하기가 싫었다. 반차를 위해 명분을 만들어냈다.
글쓰기 모임에서 읽기로한 김애란 작가의 “침이 고인다”를 만나기 위해 당당히 반차를 쓰자 하고는 부서 채팅방에는
“몸상태가 좋지않아 오전반차를 사용하겠습니다.”
라고 공지를 했다.
당일 연차사용은 지양해야되지만 일정에 문제 없다면 제약이나 눈치 주는 것 없는 회사 분위기가 고맙다.

잠실역 교보문고에 갔다
서점 간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않난다. 예전 이것저것 공부할 때 간간히 서점에 가서 새로 출간된 업무관련 서적들을 보며 빠이팅을 넣기도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온라인 서점만을 이용했고 지금은 동영상 강좌가 책을 대신하고 있다.
한참만에 간 서점에서 난 어떻게 책을 찾아야 할지 헤메이다 겨우 국내소설의 치읏 칸을 찾아서 주욱 훓었는데 “침이 고인다”를 찾을 수 없었다. help desk에 있는 꼰대스럽게 생긴 직원에게 물었다.
“김애란 작가의 침이 고인다를 사려하는데 없는지 제가 못찾은건지 모르겠습니다.”
“잠시만요”
외모와는 다르게 친절하고 짧게 대답한 직원은 내가 훓었던 곳으로 덤벙덤벙 크게 걸어갔다.
돌아온 직원이 말했다.
“책이 없네요. 주문해 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수고하세요.”
10년 세월에 다른 책들에 밀렸구나 생각했다. 내일 주문해서  당일 받을 확신이 없으니 이전에 글쓰기 모임에서 알려준 도서관에 가기로 결정하고 성과없는 오전반차에 아쉬움을 느끼며 회사로 향했다.

근무시간이 지나고
퇴근길에 들르기 편한 석촌호수 근처에 있는 “소나무언덕2호” 도서관으로 향했다.
기억은 없지만 잠깐 다닌 대학에서 한번쯤은 가봤을 도서관에 들어섰다.
사서로 보이는 앳된 외모의 여자에게 말했다.
“책 대출받으려는데요”
“홈페이지 가입하셨나요? 그럼 주민등록증 주세요.”
등록을 마치고 ‘침이 고인다’가 어디쯤 있을까 하며 슬슬 돌아보았다. 책장에 인덱스 같은 역할을 하는 메모지가 붙어 있는데 나에겐 무슨 암호와도 같은 것이 적혀있었다. 고민하기보다 한번 묻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김애란 작가의 침이 고인다를 찾고 있는데 어디쯤 있을까요?”
살짝 당황하는 사서 옆 무언가 주섬대던 아주머니께서
“여기 여기 컴퓨터에서 검색을 해가지고, 요기 여기 메모장에 이거 적어서 찾으면돼”
“아 예 감사합니다.”

드디어 만난 “침이 고인다”
책을 본 순간
“아! 책을 살껄”
10년의 세월이 묻은 책은 커버가 없는 맨몸뚱이었는데 꽤나 너덜너덜했다. 집에와서 펼쳐서 훑타가 책 뒷표지 안쪽에 포스트잇으로 적혀진 메모가 있었다. 짧은 소감의 메모인데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남이 보기엔 이해하기도 시간이 걸릴듯 한 내용이었다.
“굳이 포스트잇으로 붙일 것이면 멋 좀부리지…”
어색하게 웃고는 막걸리와 함께 책 한단원을 읽었다.

겨우 책 한권과의 만남에 꽤나 공이 많이 들어간 긴 여정이었지만 다시 시작하는 나의 쓰기 인생의 첫 소재가 되어 주어 고맙다.